기사입력시간 : 2008-12-05

[백선규 컬럼] 문맹



 


해외생활을 하면서 답답한 것이 현지 글씨를 모른다는 것이다.


 


문맹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체류하면서 ARABIC 문자를 모르니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다. 겨우 숫자 정도 읽고 생활하지만 종종 숫자도 실수를 한다. 특히, 아랍권에서 0 .(컴마)로 표기하고, 0 5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10 이라 표기하면 열다섯을 의미한다.


 


필리핀에서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타갈로그를 모르니 문맹이라 하겠다.


 


지난달 중국 출장을 10(15가 아니라 열흘)여일 다녀왔다.


길거리 간판을 50-60%는 이해할 수가 있었으나, 약자화 된 한자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공장들을 방문해 영어로 의사 소통이 안될 때는 아쉬운 대로 필담을 나누었다. 내가 알고 있는 몇 자 안 되는 한자 실력으로 그나마 약간의 도움이 되었지만 문맹이기는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사우디에 오랜 기간 살면서 문맹인 이유는 첫째는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둘째는 아예 시작도 안 해보고 아랍권의 언어와 글씨가 어렵다 보니 포기하고 만 것이다.


 


"필리핀에서도 영어가 통하는데 딱히 타갈로그를 배울 것이 뭐냐"라는 식의 핑계거리를 만들어 시작도 안 했기 때문이다..


알량하게 배운 현지어가 50단어를 넘지 않고, 배우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이 지금 생각해도 잘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필리핀을 왕래하며 거주하는 나에게는 또다른 문제가 있다. 몇 단어 밖에 모르는데도 현지 언어를 헷갈려 사용하는 것이다. 자주 쓰는 말 중에 "똑바로, 앞으로"란 말이 아랍지역에서는 "아라똘"이고, 필리핀에서는 "데레쵸".


 


사우디에 와 있으면서 오늘 아침 운전기사에게 "데레쵸"라고 하니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아차, 나는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에 와 있구나~ '생각하며 겸연쩍게 웃었다.


 


때때로 나에게 치매 증세가 있다고 하는 아들과 아내의 말도 이해가 가는 것이 말할 때에 페소(PESO)와 리얄(RIYAL)을 자주 혼동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마닐라에서 집으로 퇴근하며 집으로 전화를 하면 "어디세요?" 아내가 묻는다.


"씨틴 로드"라고 답한다.


그러면 즉각적으로 아내가 말한다. "당신 치매 걸렸구려. 지금 C-5로 오고 있잖아요?”


씨틴 로드’(16번가)는 내가 사우디에서 우리 회사로 출퇴근하는 길 이름이다.


 


[백선규 FASTEM 그룹 회장]


 


  기사입력시간 : 200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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